(거실인테리어/의자) 바실리 체어, 어디까지 알고 있니?

초창기 바실리 체어

 

오늘은 거실인테리어에 빠질 수 없는 가구인 의자, 그중에서도 바실리 체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다른 건 몰라도 의자만큼은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성에도 충실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겠죠. 현재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건 나무가 아닌 스틸 프레임과 가죽으로 이루어진 모던한 분위기기의 바실리 체어에요. 

 

이 의자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고 지금껏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뭔지, 바실리 체어가 품고 있는 스토리를 먼저 살펴볼게요.  

 

‘바실리 체어’라는 이름

바실리 체어(Wassily chair)는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였던 마르셀 브로이어에 의해 탄생했어요. 마르셀 브로이어가 이 의자의 디자인을 완성한 건 1925년으로, 당시는 정식 명칭 대신  ‘모델 B3’라고 불렸죠.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모델 B3는 바실리 체어라는 역사적인 이름을 갖게 되는데요. 바실리 체어의 탄생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바로 추상회화의 창시자인 바실리 칸딘스키예요.  

 

헝가리에서 태어난 마르셀 브로이어는 18살에 집을 떠나 독일의 예술종합학교 바우하우스에서 수학했어요. 이후 모교인 바우하우스의 목수를 거쳐 결국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는데, 당시 동료 강사 중에 바실시 칸딘스키가 있었죠. 

 

바실리 체어의 전신인 모델 B3를 본 칸딘스키는 자신을 위해 같은 의자를 만들어달라고 마르셀에게 청했고, 1960년대에 이탈리아 가구회사 가비나(Gavina)가 마르셀이 디자인한 의자를 상품화하면서 이 일화를 바탕으로 ‘바실리 체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거예요. 

 

 

 마르셀 브로이어 1902-1981

마르셀 브로이어의 세스카 체어와 테이블

>>>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 바실리 체어의 아버지 마르셀 브로이어는 20세기 미드 센추리 모던 디자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예요. 바실리 체어 외에 또 다른 대표작으로 세스카 체어(Cesca chair)가 있으며, 1928년에 디자인한 이 의자 역시 바실리 체어와 마찬가지로 이음새 없이 통으로 짠 스틸 프레임으로 이루어졌어요.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유네스코 본부, 세인트 존 교회, 뉴욕대학교 등이 있어요. 

 

>>> 바우하우스(Bauhaus) 너무나 유명한 이름, 바우하우스는 독일의 예술종합학교예요. 1919년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립했으며 건축을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을 종합하려는 교육 이념을 가졌던 이 학교는 전쟁과 경제 불황으로 부침을 겪다가 1933년 나치에 의해 폐교되고 말아요. 설립자인 그로피우스를 비롯해 이 학교에 적을 두었던 여러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와 예일 대학 등에 자리 잡으면서 20세기 미드 센추리 모던을 창시하게 되어요(바실리 체어를 만든 마르셀 브로이어 역시 하버드 대학 건축과 교수를 지냈어요).

 

>>>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디자인 역사에서 193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를 미드 센추리 모던의 시대로 봐요. 미드 센추리 모던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 바우하우스 건축가와 디자이너 그룹의 디자인 운동으로, 이들은 디자인의 단순함과 기능성을 중요시했어요. 

 

바실리 체어의 변천사

1925년 마르셀 브로이어에 의해 모델 B3 의자로 탄생했어요. 

 

1920년대 후반 접이식 나무 의자로 유명한 독일-오스트리아 가구회사 Thonet에서 최초의 바실리 체어를 제작했어요. 현재의 바실리 체어와 달리 스틸과 천을 이용해 만들어졌고, 접히는 버전과 접히지 않는 두 개의 버전이 있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Thonet에서 제작한 바실리 체어는 현존하는 바실리 체어 가운데 가장 희귀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1960년대 전쟁이 끝난 후 이탈리아 가구회사 Gavana가 바실리 체어의 디자인 라이선스를 구입하면서 새로운 버전의 바실리 체어를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이 시기의 바실리 체어는 Thonet 시절과 달리 스트랩으로 천 대신 가죽이 이용되었어요. 이후 1968년 미국의 Knoll사가 Gavana를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어요.

 

현재 바실리 체어의 디자인 라이선스는 완료되었지만 상표권은 여전히 Knoll사가 소유하고 있어요. 

 

 

바실리 체어 인기의 비결

유니크한 디자인과 기능성

 

앞서 바실리 체어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았어요. 20세기 초반에 탄생한 바실리 체어는 미드 센추리 모던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의자 인테리어의 아이콘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그 비결은 역시 유니크하면서도 모던한 바실리 체어의 디자인과 바우하우스 특유의 기능성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사실 바실리 체어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반짝이는 스틸과 가죽 스트랩으로 구성된 독특한 디자인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받기 충분하죠. 한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자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안에 어떤 기능성을 품고 있는지 알고 나면 애정도가 더욱 상승하게 되어요. 

 

아들러 자전거

 

1925년 바실리 체어를 만들었을 때 마르셀 브로이어는 바우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평소 자전거 타기를 즐겼던 마르셀은 당시 그가 타던 아들러(Adler) 자전거에서 영감을 받아 바실리 체어를 만들었다고 알려졌는데요. 튜브(관) 모양의 스틸로 이루어진 자전거의 강도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일그러짐 없이 구부러지는 특성을 가구에 도입해보자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마르셀 브로이어는 튜브형 스틸 제작사인 Mannesmann과의 협업으로 이음새 없는 스틸 제작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한편 스틸로 만든 자전거는 알루미늄을 사용한 자전거보다 훨씬 견고할 뿐 아니라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르셀은 이러한 특성을 더욱 발전시켜 바실리 체어를 비롯한 자신의 모든 가구에 기꺼이 반영했어요. 바르셀 체어의 천재성은 튜브형 스틸의 견고함과 탄력성, 그리고 그것을 용접 방식이 아닌 이음새 없이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바실리 체어의 이음새 없는 스틸 프레임은 가죽 스트랩과 더불어 사람이 의자에 앉았을 때 약간 늘어나면서 체형에 맞는 안락함을 주고, 팔걸이까지 달린 커다란 크기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가벼워 이동의 편리함까지 갖추고 있어요.   

 

 

바실리 체어 구매 가이드

바실리 체어의 변천사에서 알아본 대로 바실리 체어는 디자인 라이선스가 종료되어 리프로덕션이 가능한 상태예요. 현재 바실리 체어에 대한 상표권만 미국의 Knoll사에서 소유하고 있고요. 따라서 굉장히 많은 가구 제조업체에서 바실리 체어를 생산하고 있어요.  

 

판매 중인 바실리 체어의 가격은 몇 백만 원에서 몇 십만 원대로 폭이 큰 편인데요. 주로는 사용하는 가죽의 품질에 따라 가격차가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조명과 가구를 다루는 TRDST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Knoll의 바실리 체어 가격은 모델에 따라 200만 원대~400만 원대이며 여기에 해외배송비가 추가돼요. 

https://www.trdst.com

 

일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한 바실리 체어 리프로덕션 제품들은 20만 원 안쪽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국내 제작 상품과 해외 구매대행 제품으로 나뉘어요. 각 제품마다 가죽의 재질 및 마감, 등받이 각도, 스틸 프레임에 사용하는 너트의 생김새와 사용 방식이 다르니까 제품 상세 내용을 꼼꼼히 확인 후 구매하시길 추천드려요.  

 

<블로그 글 더보기>

(거실인테리어/USM Haller) USM 가구 어디까지 알고 있니?

루이스 폴센 조명, 어디까지 알고 있니?(PH5 판텔라 판텔라포터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