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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마트에서 사온 들깨로) 화분에 깻잎 키우기

1 생들깨(깻잎 씨앗) 발아시키기

- 준비물: 모종판 혹은 작은 화분/채소용 유기농 흙/생들깨
- 발아 방법: 준비한 신선한 생들깨를 모종판이나 화분에 깊지 않게 심어준다.
- 발아에 걸린 시간: 5일에서 7일 사이

지난해 방울토마토와 더불어 화분에 깻잎 키우기를 시도해봤어요. 7월에 시작해 11월초까지 4개월에 걸친 여정이었죠.(*저는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뒤에 나오는 들깨 파종 시기 내용을 꼭 참고해주세요*) 원했던 만큼 오래 키워 먹진 못했지만 방울토마토에 비해 깻잎은 손이 많이 안 가서 큰 힘 들이지 않고도 키울 수 있었어요.

 

 

방울토마토와 마찬가지로 화분에 깻잎 키우기 프로젝트 역시 씨앗을 따로 구입하지 않고 마트에서 사온 들깨를 이용했어요. 그러니까 평소에 먹던 들깨를 발아시켜 깻잎으로 키운 거예요. 그리고 씨앗 발아율을 고려해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아 있는 신선한 생들깨(볶은 들깨 아님)를 선택했어요. 

 

 

깻잎 씨앗을 발아시키는 데는 모종판과 일반 화분을 동시에 써봤는데, 두 경우 모두 5일에서 일주일 사이에 씨앗이 발아했어요. 발아율도 좋은 편이었고요. 깻잎 잎이 발아한 모습이 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웠는데 무엇보다 그 작은 잎에서 진한 깻잎 향이 나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깻잎을 모종판에 심으면 나중에 아주심기 할 때 깻잎 모종 하나씩 흙째 쏙 빼서 사용할 수 있으니까 뿌리가 다칠 염려가 없다는 게 장점이고요. 일반 화분에 깻잎을 심으면 한 화분 안에 여러 개의 모종이 함께 자라기 때문에 나중에 분리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거. 하지만 모종판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죠. 집에 있는 화분을 사용하면 되니까요. 

 

다음에 다시 화분에 깻잎 키우기를 한다면 모종판은 생략하고 그냥 화분만 이용할 거 같아요. 

 

모종판에 씨앗을 심을 때는 작게 구멍을 파고 씨앗 세 알씩 심어주었어요. 혹시 발아가 안 될 수도 있으니까 대비 차원에서 한 알이 아닌 세 알을 심어주는 거죠. 화분에 깻잎 씨앗을 심을 때는 일단 물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작은 화분을 사용했고, 너무 촘촘하지 않게 간격을 두고 골고루 심어주었어요.

 

모종판이나 화분에 깻잎 씨앗을 심을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발아가 잘 되게 하기 위해 너무 깊지 않게 심는 거예요. 

 

물은 씨앗이 발아할 때까지 계속해서 겉흙이 마르지 않게 조금씩 자주 주었고요.   

 

2 (화분에 깻잎) 아주심기

- 7인치 화분 사용
- 베란다의 밝은 반광 위치
- 물은 겉흙이 말랐을 때 흠뻑
- 일주일에 한 번씩 웃거름과 목초액 주기

화분에 깻잎 씨앗을 심은 지 약 한 달 후쯤 아주심기를 해주었어요. 아주심기란 화분이나 모종판에 키운 어린 식물을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밭으로 옮겨 심는 걸 말해요.  

 

저는 모종판과 작은 화분에 각각 키운 모종을 7인치(대략 지름 17센티) 화분에 아주심기 했어요. 깻잎 화분을 몇 개나 만들었는지 기억이 정확치는 않지만 아마 다서 여섯 개쯤 되었던 것 같아요. 깻잎은 자라면서 잎이 좌우로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화분에 모종 하나씩만 심었는데요. 이렇게 하면 혹시 모를 병충해가 옆의 깻잎에 옮는 걸 방지할 수 있어 좋기도 해요. 

 

아주심기 이후뿐만 아니라 모종 때부터도 화분에 깻잎 키우기는 주로 베란다의 밝은 반광 위치에서 이루어졌어요. 더러 직광이 닿는 곳으로 화분을 옮겨두기도 했는데, 다는 아니지만 몇몇 화분에서 깻잎 끝이 타거나 잎에 반점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났거든요. 물은 겉흙이 말랐을 때 흠뻑 거의 매일 주었고요. 

 

아주심기가 끝나고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웃거름을 주기 시작했어요. 방울토마토에 준 것과 동일한 것으로, 버섯과 나무, 소똥이 7:2:1의 비율로 혼합된 비료였고요. 웃거름을 주는 날은 병충해 방지를 위해 목초액도 물에 희석에 분무해주었어요. 

 

목초액은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연기를 액화한 것인데, 원예용으로 사용되는 목초액은 주로 병충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요. 자연 재료로 만들어지는 거라 채소류를 가꿀 때 사용하기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화분에 깻잎을 키우면서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저녁이 되면 깻잎의 잎이 날개를 접듯 아래로 축 쳐진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어디가 아픈가 했는데 계속 관찰하다 보니 어둑어둑 해질 무렵이 되면 매일같이 그렇게 날개를 접더라고요.   

 

 

해질 무렵 날개를 접은 깻잎의 모습 :)

3 (화분에 깻잎) 수확의 기쁨?

9월이 되고 네 번째 본잎이 나왔을 때 깻잎을 수확했어요. 진작부터 깻잎을 따 먹고 싶었지만 잎이 손바닥만큼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죠. 잎의 성장세가 굉장히 좋은 편이었고 본잎과 본잎 사이에서 곁잎까지 이미 나온 상태였어요. 

 

직접 키운 깻잎의 맛은 두말해 뭐하겠어요! 

감동의 맛이었고요. 

 

한데 이 첫 수확 후 화분에 깻잎 키우기가 비상에 걸렸어요ㅠ 남은 잎에 반점이 생긴다거나 아예 죽어버리는 화분도 생겼거든요. 깻잎 입장에서는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일찍 수확의 기쁨을 맛보려 욕심을 부렸던 것도 같고, 혹은 깻잎 나무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제가 너무 많은 잎을 따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깻잎 화분을 여러 개 만들어 키웠기 때문에 다행히 아직 건재한 깻잎들이 남아 있었어요. 깻잎 화분마다 성장 속도가 조금씩 달라서 아직 수확하지 않고 남겨둔 것들이었어요. 덕분에 첫 수확 후에도 몇 차례 더 깻잎 맛을 볼 수 있었어요.

 

사실 화분에 깻잎 키우기 프로젝트는 깻잎의 수확량이 적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진 못했어요. 어떤 문제가 있었나 곰곰 생각해보니까 이 첫 시도 전에 깻잎 파종 시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더라고요. 

 

뒤늦게 알게 된 사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깻잎을 얻기 위한 들깨 파종 시기는 4월 말이며 5월 중순에 아주심기, 7월부터 잎 수확을 한다고 해요. 파종 시기가 너무 늦으면 잎을 많이 얻지 못한다고 하고요. 더 잘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화분에 깻잎을 키웠던 게 조금 아쉽긴 해요. 그래도 좋은 예행연습이었다 생각하면 되니까요 :)

 

집에서 화분에 깻잎을 키워보실 생각이면 여러분도 위에 적어둔 파종 시기를 꼭 참고해주세요. 4개월간 화분에 깻잎을 키우면서 듬성듬성 작성했던 일지 또한 아래 첨부하니 한번 읽어보시고요! 

 

본잎과 본잎 사이에서 자라는 곁잎

4 화분에 깻잎 듬성듬성 일지

- 발아 시작 날짜: 7월 17일

- 발아에 걸린 시간: 대략 5-7일

- 아주심기: 8월 13일 / 7인치 화분

- 발아율도 좋고 잎의 성장도 좋은 편. 싹이 텄을 때부터 벌써 진한 깻잎 향을 가지고 있다. 잘 자라는 잎은 생김새가 바르고 색이 푸른 데 반해 못 자라는 잎은 잎 성장이 확실히 더디고 살짝 누런빛이 돈다.

- 날이 어두워지면 잎이 아래로 처지는 특성이 있다.

- 반광에서 키우고 있으며 물은 흙이 완전히 마르지 않을 정도로만 소량씩 매일 주고 있다.

- 8월 30일: 웃거름과 목초액을 주었다.

- 8월 31일: 얼마 전부터 아직 어린 네 번째 본잎 끝이 까맣게 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본잎은 다 따서 먹었고 두 번째, 세 번째 본잎은 끝이 타지 않았다. 지금까지 가장 크게 성장한 건 세 번째 본잎이다. 

- 9월 8일: 끝이 검게 타는 잎들이 있지만 잎의 성장세는 몹시 좋다. 시장에서 사 먹는 잎 크기가 거의 되어간다. 몇몇 화분은 줄기에서 곁잎이 자라기 시작했다.  

- 9월 13일: 첫 수확. 두부조림에 올려 찜처럼 먹었다.  

- 첫 깻잎 수확 후 두 개 화분에서 잎에 회색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

- 9월 22일: 저녁에 거름과 목초액 주었다. 결국 화분 하나 죽었다. 

- 9월 28일: 대체로 키가 많이 크지 않고 잎이 커지는 식으로 성장한다. 잎이 엄청 커지다 보니 키도 안 크고 다음 잎이 자라는 속도도 느린 것 같다. 지난 첫 수확 후 화분 하나를 잃었고 또 하나는 반점이 생겨서 잎을 따 먹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래도 어제 저녁에도 깻잎을 따서 두부 쌈을 먹었다.

- 10월 11일: 웃거름 주었다. 줄기에서 곁잎들이 많이 나오는데 본잎만큼 잘 크지는 못한다. 떼줘야 하는 건가? 키가 안 크다 보니 본잎 수가 천천히 느는 대신 잎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진다. 최근 들어 잎이 안으로 말리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 11월 3일: 이제 먹을 수 있는 잎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모든 나무에서 꽃이 피고 있는 걸로 보아 씨앗 맺을 준비에 들어간 듯하다. 잎은 두세 번 소량 얻었을 뿐이다. 씨앗이 맺어지는지 두고 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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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의 깻잎 모습
깻잎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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