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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화분에 방울토마토 키우기 전 과정 (꼼꼼가이드 #1)

지난해 6월 처음으로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키워봤어요. 식물은 늘 길러왔지만 채소는 처음이라 과연 열매를 얻을 수 있을지 시작 전부터 걱정이 많았는데요.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노란 꽃이 진 자리에 파랗게 달렸던 열매가 점차 붉게 물들어 빨간 방울토마토가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정말 일어나긴 하더라고요! 

   

씨앗 발아부터 시작한 화분에 방울토마토 기르기는 장장 6개월에 걸쳐 이루어졌고요. 그 가운데 3개월은 애지중기 키우기, 나머지 3개월은 계속해서 익어가는 방울토마토 맛나게 따 먹기였어요. 

 

집 베란다에서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키워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번 포스팅을 쭈욱 따라가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거예요. 모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방울토마토에서 씨앗 얻기(6월)

6월 29일 마켓에서 사온 유기농 방울토마토에서 씨앗을 얻었어요. 모종부터 기르는 건 아무래도 재미가 덜 할 것 같아서 씨앗 발아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터였고, 발아율이 좀 염려되긴 했지만 씨앗을 따로 구입하지도 않았어요. 방울토마토에서 얻은 씨앗으로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기르는 그야말로 모험을 해보기로 한 거죠 :)

 

방울토마토 하나를 반으로 갈라 씨앗만 분리하고 미리 준비해둔 유기농 흙에 바로 심어주었어요(토마토 한 알에서도 충분한 씨앗을 얻을 수 있어요). 토마토에서 씨앗을 분리한 후 물로 씻어 미끌미끌한 막을 제거해 발아를 좀 더 용이하게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생략했어요.

 

화분에 씨앗을 심을 때는 흙을 군데군데 파내고서 씨앗을 넣은 후 흙으로 덮는 방법보다는, 준비한 흙의 적당량이 담긴 화분에 방울토마토 씨앗을 먼저 고르게 올리고서 그 위를 나머지 흙으로 덮는 방법을 추천해요. 그게 훨씬 수월해서요. 저는 일단 하나의 화분에 방울토마토 씨앗 전부를 발아시킨 후 잘 자란 포기만 선택하기로 했어요.   

 

 

2 씨앗 발아 및 초기 성장기(7월) 

화분에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어준 지 일주일이 지나자 드디어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너무나 영롱한 모습이었는데 왜 정신 못 차리고 사진을 남겨두지 않았을까요 흑흑. 

 

씨앗 발아기에는 흙이 마르면 안 되기 때문에 물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해요. 한꺼번에 물을 많이 주기보다는 매일 적당히 흙을 적셔준다는 생각으로 물을 주시면 되요. 

 

이후 싹이 튼실하고 예쁘게 올라온 아이들을 골라골라 하나씩 작은 화분에 옮겨주었어요. 화분을 총 열 개 만들었는데 선택 받지 못한 싹들과 빠빠이 하려니까 맘이 좀 아프더라고요. 걔들도 땅 속에서 싹 올리느라 고생한 건 마찬가진데 쩜쩜쩜. 

 

이때 저는 물빠짐이 좋은 코코넛 화분을 사용했는데 뿌리가 아직 많이 발달하지 않은 어린 꼬꼬마 방울토마토를 화분에 키우기에 아주 적합했어요. 코코넛 화분은 플라스틱이 아닌 100퍼센트 자연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식물을 큰 화분으로 분갈이할 때 화분째 그대로 심어줄 수 있어 식물 뿌리가 다칠 염려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아주심기 한 모습
넘나 예쁘게 자란 방울토마토 잎

3 아주심기(8월)

화분에 심은 방울토마토가 두세 마디쯤 자랐을 때 아주심기를 해주었어요. 지금까지가 이를테면 모종 키우기였던 것이고, 이제 아주심기를 통해 방울토마토 모종을 밭에(화분에) 제대로 심어준 거죠. 

 

방울토마토는 키가 크게 자라는 만큼 뿌리도 많이 성장하는 식물이라 아주심기 할 때 크기가 좀 큰 화분을 선택해야 해요. 화분에 방울토마토는 처음이라 어느 정도 사이즈가 좋을지 잘 모르겠어서 국내외 유튜브 채널을 수도 없이 찾아본 끝에 10인치(지름 약 25센티) 화분으로 결정했어요. 키워본 결과 적당한 크기였던 것 같고 다음에 다시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키울 때도 이 사이즈를 선택할 것 같아요. 

 

8월 14일 아주심기 후 8월 23일에는 점점 키가 자라나는 방울토마토를 위해 지지대를 설치했어요. 처음 것은 다이소에서 구입했는데 지지대 높이가 30센티 정도밖에 되지 않아 화분에 방울토마토 키울 때 도움이 크게 되지는 않았어요.

 

지지대 길이가 30센티지만 화분에 지지대를 세우기 위해서는 흙 속에 묻히는 길이가 필요해서 막상 지지대 역할을 하는 건 30센티에 많이 못 미치기 때문이에요. 처음 지지대를 설치할 때 아예 끝까지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높이의 지지대, 그러니까 1미터 정도는 되는 걸 설치하는 게 좋아요. 

 

저는 다이소 지지대 실패 후 집에 굴러다니던 대나무를 지지대로 사용했고, 화분에 방울토마토 기르기 스폿 상공에 마침 빨랫줄이 있어서 끈을 이용해 줄기를 빨랫줄에 묶어주기도 했어요. 방울토마토에게 빨랫줄을 양보해야 해서 상당 기간 빨래 너는 데 곤란을 겪게 되었지만 방울토마토를 지지하는 데 빨랫줄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빨랫줄 활용해 지지하기

4 웃거름과 목초액 주기(9월)

화분에 방울토마토 키우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난 9월부터 웃거름을 주기 시작했어요. 아주심기도 끝났고 이제 열매를 향해 가는 여정만이 남았으니까요. 너른 대지도 아니고 작은 텃밭도 아닌 화분에서 자라는 방울토마토니까 거름을 꼭 챙겨줘야 해요. 고작 10인치 화분에 담긴 흙에서 방울토마토가 그토록 영양가 많고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열려면 양분이 많이 필요하겠죠.

 

거름은 화원에서 추천받은 걸 사용했고요. 2주에 한 번씩 넉넉히 올려주었어요. 웃거름 줄 때 가지에 닿지 않게 하라고 하는데 막상 해보면 가지에 닿지 않게 주기는 힘들더라고요. 화분이 엄청 크면 모를까. 모든 게 처음이라 그런 것도 다 신경이 쓰였는데 나중에는 가지에 닿든 말든 그냥 편하게 주었어요. 

 

9월에는 웃거름과 더불어 목초액도 뿌려주기 시작했어요. 목초액은 숯을 만들 때 나오는 연기를 액화한 것으로 식물의 병충해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어요.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키우다 보면 진딧물을 비롯한 여타의 벌레가 생길 수 있어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목초액을 뿌려주면 좋아요. 

 

목초액은 일주일에 한 번씩 사용했고 밤새 벌레의 공격을 받지 못하도록 해질 무렵 뿌려주었어요. 목초액은 구입한 제품이 안내하는 비율대로 물에 희석해 사용하는데, 분무기에 담아 방울토마토 잎과 줄기 흙 표면 등에 골고루 분사해주면 되어요. 

 

떼어낸 어린 잎들. 그냥 작별하기 아쉬워서 사진으로 남기기.
꽃망울!!
꽃이 진 자리에서 자라나는 방울토마토

5 노란 꽃 진 자리에 방울토마토!(9월)

이렇게 목초액을 주던 어느 날 꽃망울을 발견했어요!

 

열 개 화분에서 일제히는 아니고 두세 개 화분에 먼저 달렸더라고요. 꽃망울이 달렸다는 건 이제 열매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는 거니까 정말 너무너무 설렜어요. 그리고 이삼일 후 노오란 꽃이 활짝 피고야 말았어요. 막상 꽃망울이 생기고 나니 꽃이 피는 건 깜짝할 새였고, 두세 개를 넘어 모든 화분이 일제히 노랑으로 물들었어요. 

 

그리고 꽃이 만개한 2주 후 대망의 방울토마토가 드디어 열렸어요!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연두빛 머금은 방울토마토가 뾰옹 나타났지 뭐예요. 화분에 방울토마토가 처음 열린 날의 기쁨과 감격스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요ㅋ 

 

(**방울토마토는 위에 얘기한 것처럼 꽃이 진 자리에 생겨요. 꽃 하나가 맛있는 방울이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요**)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기르는 동안 일지를 남겼는데 거기 이렇게 쓰여 있어요. 

 

눈에 띄는 모든 변화는 2주 간격으로 생기는 것 같다. 2주 동안 생긴 변화는 이전과 눈에 띄게 다른 것이라 확연히 구분되며 펄쩍 뛸 듯한 놀람과 기쁨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찐~한 색깔 좀 보세요.

5 수확, 이렇게 맛난 방울토마토라니(10-12월)

9월에 방울토마토가 열리기 시작했지만 붉게 익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어요. 한 달은 족히 걸린 것 같아요. 또 붉어진 애들도 만져보면 너무 딱딱해서 선뜻 따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얼른 맛을 보고 싶어 조바심이 났지만 잘 익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죠(실은 붉은 기가 돌자마자 하나 따 먹어봤는데 완전 안 익은 맛이어서 급실망한 후 기다리기로 했어요ㅋ).

 

방울토마토를 본격적으로 수확해 먹기 시작한 건 11월이에요. 총 열 개로 시작한 화분은 중간에 낙오자들이 생겨 일곱 개로 줄었지만 저에겐 충분한 양이었어요. 

 

제가 그토록 애지중지 화분에 키운 방울토마토는 평소 사먹던 것들과 달리 아주 짙고 비비드한 붉은색에 윤기가 흘렀어요. 맛은,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맛있는 맛이었는데 달콤하고 아주 살짝 짭짤하면서 진한 토마토 향이 느껴지는 맛이었어요. 이래서 토마토를 길러 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평소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고 할까요. 

 

6개월에 걸친 일련의 과정을 한 번에 정리하려다 보니 꽤 길어졌네요. 오늘은 화분에 방울토마토 키우기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는 포스팅이었고요. 다음 포스팅을 통해 햇빛이나 물주기 등 기본 정보와 유의 사항, 그리고 유용한 팁 등을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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