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만 꺼내 보는 일기를 쓰면서조차 우리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합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이것이 진부한 질문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글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쩌면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도 붙들려는 노력의 첫 단추라고 할까요. 컴퓨터에 빈 화면을 띄워놓고 혼자 생각만 해서는 답을 찾기 힘들 테니까 글 잘 쓰는 사람, 일명 글쓰기 고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크게는 시대에 따라, 작게는 개인에 따라 글쓰기 고수로 각기 다른 이름을 호명할 수 있을 텐데 제 나름 선정해본 이름은 유시민, 이슬아, 전원국이에요. 만약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적 글쓰기라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지겠죠. 하지만 이 포스팅은 문학적 글쓰기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문학을 제외한 다른 일반적인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것이니까요.
이 세 명의 작가가 글 잘 쓰는 이들이라는 데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이번 포스팅은 이분들이 주로는 강연을 통해서 이야기했던 글 잘 쓰는 방법에 대해 모아봤습니다. 먼저 좋은 영상을 찾았고 그 영상에서 말하는 글 잘 쓰는 방법이나 글쓰기에 관한 귀한 코멘트를 글로 옮겨보았어요.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운 말들이 많았거든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제 포스팅으로까지 이어진 모든 분들에게 모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포스팅은 세 명의 작가를 각각 나누어 세 개 시리즈로 올라갑니다.
유시민의 글 잘 쓰는 방법 두 가지
유시민 작가의 말은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죠. 말과 글 모두 단순 명쾌해서 이해가 참 잘 돼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두 가지 글쓰기 훈련법(글 잘 쓰는 방법)을 소개했는데요. 다른 사람이 했으면 뻔한 얘기라고 치부했을 수도 있지만 참고도서까지 콕콕 집어주면서 논리정연하게 말을 해나가기 때문에 한 문장 한 문장 주옥같은 이야기가 되었어요.
글쓰기도 자기표현이에요. 나를 표현하지 않으면 인생이 답답해요. 내 안에 무엇인가 있으면 그걸 표현해야 돼요. 그걸 표현하는 방법은 너무 다양해요. 글쓰기도 그중 하나죠. 그런데 글쓰기는 다른 것과 좀 달라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활동이기도 해요. 특히 지식기반 사회, 정보통신 혁명 이런 것들이 이뤄지면서 글을 쓰고 유통시키는 데 비용이 거의 안 드는 시대가 되었잖아요.
백 년 이백 년 전만 해도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글을 써서 남한테 유통시키는 거는 비용이 대단히 많이 드는 일이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안 잖아요. 글을 쓰고 유통시키는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글쓰기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다 스며들어왔어요, 지금은 공부하는 데에도 글을 써야 되고요. 직장 생활에서도 글을 쓰는 일이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직종이 태반이에요, 생필품, 기호품이 아니라 생필품처럼 되어버린 측면도 상당히 있습니다.
예술적인 글, 문학적인 글 이거는 사실 아무나 못 해요. 그거는 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예요.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거나. 그러나 산문을 쓰는 거는 사실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근육으로 하는 거기 때문에 특히 생활 글쓰기는.
훈련법(글 잘 쓰는 방법)은 딱 단순화시키면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아주 정확한 어휘와 훌륭한 문장으로 잘 쓴 책을 많이 읽는 거예요. 많이 읽을뿐만 아니라 거듭 거듭 반복해서 읽는 거. 인문 분야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같은 책. 평범한 일상적인 언어로 고급스러운 문장과 탁월한 논리를 담고 있는 책이에요.
좀 두꺼운 책인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같은 책. 정말 훌륭한 책이에요. 저는 그걸 한 다섯 번쯤 읽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그리고 문학적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토지> 1, 2부를 열 번쯤 읽는다든가. 그렇게 반복해서 읽으면서 어휘, 문장, 서로 어울리는 단어의 조합 이런 것들이 다 자기도 모르게 입력이 되는 거거든요. 외우는 게 아니에요. 외울 필요가 없어요. 그냥 재미있게 읽고 잊어버리고 읽고 잊어버리고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거기 등장하는 많은 어휘와 표현, 문장이 내 것이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돼요.
두 번째는 계속 쓰는 거예요. 그냥 컴퓨터 앞에서 쓰지 말고 작은 메모지 같은 걸 갖고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30분만 하루에 아무거나 쓴다고 가정을 해봐요. 지나가는 풍경을 묘사할 수도 있고 어디 카페에 있는데 맞은편에 멋진 남자 예쁜 여자가 있다 그럼 그걸 묘사해도 되고요.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황당한 생각을 적어도 돼요.
적고 찢어서 보관해놔요. 날짜 적어가지고 계속. 보관해놓고 한 달 두 달을 그렇게 한 다음에 오늘 내가 적은 거하고 두 달 전에 적은 걸 비교를 해보세요. 그럼 느껴요. ‘오! 내가 달라졌네.’ 그런 거예요. 축구로 치면 기초체력이 없으면 드리블이나 슈팅이 안 돼요. 하루에 30분 글을 쓴다는 거는 30분 매일 러닝을 하거나 단순한 축구 동작을 반복하는 것하고 같은 효과가 나요.
그러면 근육이 생기잖아요. 그런 기본적인 근육이 생겨야 기술을 구사할 수가 있어요. 하루 30분 아무 글이나 적기를 1년을 하면 그 사람의 글쓰기 실력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그런 방식으로 배웠거든요.
<요약/정리>
글 잘 쓰는 방법 두 가지
첫째, 정확한 어휘와 훌륭한 문장으로 잘 쓴 책을 많이, 거듭 거듭 반복해서 읽는다. 외울 필요 없이 반복해서 읽으면 책에 등장하는 어휘와 표현, 문장이 자기도 모르게 입력되어 내 것이 된다.
(추천도서: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칼 세이건 <코스모스> / 박경리 <토지>).
둘째, 계속 쓴다. 하루 30분 메모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아무 거라도 쓴다. 이로써 글쓰기의 기본 근육을 기를 수 있다. 하루 30분 아무 글 적기를 1년 동안 하면 글쓰기 실력이 어마어마하게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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