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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벨벳 잎을 가진 필로덴드론 미칸 (햇빛 물주기 번식)

 
수많은 종의 필로덴드론 가운데 제 반려식물은 필로덴드론 미칸(philodendron micans)이에요. 아마도 유튜브에서 처음 보았을 텐데 벨벳 느낌의 여린 잎이 꽤나 매력적이었어요.

 

식물집사가 된 후 하루가 멀다 하고 화원 나들이를 하며 눈에 띄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던 어느 날 드디어 필로덴드론 미칸을 만나게 되었어요.

 

필로덴드론 버킨이나 필로덴드론 셀로움은 정말 자주 보았던 거 같아요. 큰 사이즈의 셀로움은 나름 멋있어서 거의 살 뻔한 적도 있었는데 결국 빈손으로 화원을 나섰지요.

 

하지만 필로덴드론 미칸은 발견하자마자 정말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어요.

 

필로덴드론 미칸 매력 포인트 벨벳 잎

필로덴드론 미칸 햇빛 관리

저는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 사가지고 온 필로덴드론 미칸을 바로 키우지 못하고 번식을 먼저 시킨 후 처음부터 다시 길러야 했는데(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요), 일정 기간이 지난 후부터는 정말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여줬어요.

 

미칸은 스킨답서스와 유사하게 줄기를 따라 생장점을 만들며 성장해나가요. 근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폭풍성장이라 표현해도 좋을 거 같아요.

 

줄기가 길어지는 것과 동시에 잎의 크기를 늘려가고요, 이제 막 펼쳐진 새 잎은 크기가 정말 작지만 며칠 후면 잎이 금새 커다랗게 변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필로덴드론 미칸을 키울 때는 강한 햇빛이 잎에 직접 닿는 것은 피해야 해요. 자칫 잎 끝이 타들어갈 수 있거든요.

 

굳이 창가가 아니더라도 조도가 높은 위치라면 미칸을 키우기에 큰 무리는 없지만 이 경우 잎이 크게 자라지 않을 수도 있어요. 또한 빛을 충분히 보고 자란 경우와 비교해 잎의 색상이 고르지 않을 수도 있고요.

 

제가 미칸을 한 달 정도 밝기가 환한 화장실에 둔 적이 있는데 처음엔 괜찮은 듯 보였지만 나중엔 누런 잎이 지고 확실히 기운이 없어 보여서 다시 창가 자리로 옮겨주었어요.

 

단순히 빛의 문제가 아니라 통풍과 연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여튼 볕이 잘 드는 창가 혹은 창가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이 실내에서 미칸을 키우기에 좋은 위치라고 볼 수 있겠어요.

 

저는 남향과 서향에서 키워보았는데 낮 동안 빛의 세기가 고른 편인 남향이 더 좋았던 거 같아요.

 

필로덴드론 미칸 물주기

물은 역시 겉흙이 말랐을 때 흠뻑 주기가 기본이에요(제 미칸들은 2~3일 주기로 물을 주고 있어요).

 

필로덴드론 미칸은 공기 중 습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흙이 너무 마르면 크게 손상을 입을 수 있어요. 쫙 펴져 있어야 할 잎들이 안으로 오므라들면서 아주 볼품없이 변해버려요.

 

제가 깜박하고 물주기를 잊은 적이 있는데 그때 본 미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며칠 동안 볕을 피하고 물을 충분히 줬더니 가까스로 힘을 내주었지만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어요.

 

필로덴드론 미칸은 잎이 굉장히 얇고 줄기도 가늘어서 식물 몸 안에 물을 많이 저장할 수는 없을 것처럼 보여요. 평상시 물만 잘 주면 아무 문제없이 잘 자라는 녀석이지만 깜박하는 순간 영영 안녕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해요.

 

물주기는 뭐다? 사랑이다. 

 

필로덴드론 미칸 번식(수경재배/물꽂이)

마지막으로 필로덴드론 미칸 번식 방법을 이야기해볼게요.

 

저는 번식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는데, 바로 개미떼 때문이었어요.

 

작은 포트에 담긴 미칸을 사가지고 온 날 시원하게 물 샤워를 시킨 후 잎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던 참이었는데 화장실이 웬 개미?인 상황이 벌어졌어요. 제가 사온 미칸이 개미떼에 점령당한 것이었지 뭐예요!!! 

 

 

번식 위해 잘라냈던 잎들

 

너무 놀라 비닐봉투에 미칸 포트를 바로 넣어버렸는데 그러자니 너무 속이 상했어요.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미칸 줄기만 잘라서 물꽂이로 뿌리를 내보자는 것이었어요. 가만 보니 스킨답서스처럼 줄기를 따라 생장점(뿌리)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생장점이 있는 줄기의 마디마디를 자른 후 컵에 물을 받아 담가뒀더니 예상대로 뿌리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뿌리가 생기기 시작한 건 일주일, 열흘쯤 지나서부터였던 거 같아요. 

 

필로덴드론 미칸 번식에 성공한 초창기 모습

분갈이용 흙에 펄라이트를 충분히 섞어 배수가 잘되게 흙을 배합한 후 뿌리가 나온 줄기를 포트가장자리 위주로 빙 둘러 심어줬어요. 이전에 번식을 시켜본 경험이 없어서 과연 성공할지 전혀 감이 서지 않았는데 기적처럼 성공했지 뭐예요(지금 다시 생각해도 넘 감격스러웡).

 

언제부턴가 포트에서 줄기가 하나둘 삐죽삐죽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처음 사왔던 것보다 훨씬 크게 자란 필로덴드론 미칸을 두 개나 갖게 되었어요. 번식용으로 잘라낸 줄기가 꽤 많아서 예닐곱 개씩 두 개의 화분에 나눠 심었거든요.  

 

 

 

반려식물 하나하나 애정이 깃들어 있지만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필로덴드론 미칸은 저에게 정말 특별한 녀석들이에요. 사오자마자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뻔했던 애가 우여곡절 끝에 지금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두 개의 화분으로 살아나 있으니 말이에요.

 

집에 식물 들이실 때 며칠간은 따로 분리해두고 벌레가 나오지는 않나 병충해가 있지는 않나 먼저 상황을 지켜본 후 다른 애들과 어울려 살게 위치 잡아주시는 것 꼭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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